한국의 중년 남자를 통칭하는 그 말. '아재'
아재개그, 아재팬, 아재돌, 아재룩, 아재스포츠, 아재폰, 아재감성 등등.
아재라는 단어에 붙는 수식어도 참 많다.
적어도 아재에는 귀여운 뉘앙스가 풍기며, 꼰대와는 구별되는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어느덧 아줌 대열에 들어선 내가 아재 대표 스포츠예능 '뭉쳐야쏜다'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끌쩍 끄적여 본다.
10년 전, 50대에 막 접어든 우리 아빠는 항상 챙겨보던 프로그램이 있으셨다.
그 이름도 유명한 '나는 자연인이다'
본방, 재방, 삼방까지 챙겨보시고도 채널을 돌리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방영하고 있으면 멈추시고 보시던 아부지.
그런 아부지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20대의 나는 10년이 지난 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뭉쳐야찬다", "불타는청춘" 같은 프로가 재미있어지는 거다.
아재들만 보는 프로로 인식했던 그 프로를 어느덧 30대 후반의 '아줌', '아재'가 된 나와 남편이 챙겨보고 있더란 말이지.
축구 성장기를 그린 '뭉쳐야찬다'에 이은 후속작 '뭉쳐야쏜다'는 농구라는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운 전형적인 스포츠 예능이다.
● 그 시절 빛났던 우리들의 스포츠스타
우리 남편이 최애하는 프로그램 '뭉쳐야쏜다'는 스포츠 각 분야에서 한때는 전설이었던 추억의 스포츠 선수들이 전국의 숨은 농구 고수들과 대결을 펼치는 예능이다. 화려한 과거를 가진 레전드급 선수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농구를 통해 그려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여타 스포츠 예능과 다른 점이라면, 선수들을 보며 그들을 응원했던 우리의 과거 그 시절이 떠오른 다는 것이다. 그들의 화려했던 시절이 추억처럼 재생되니, 스포츠에 복고, 레트로의 코드를 넣었다는 점은 30대 후반의 내가 뭉쏜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요소이지 않을까 싶다.
● 아재개그를 넘어선 아재파탈
카리스마 넘치며 남성적인 매력 풀풀 풍기던 그 시절 레전드 스포츠 스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예능으로 돌아온 레전드 스타는 브라운관 너머로 술톤의 아재향 진하게 풍길 것 같은 아재의 모습 그 자체다.
그들의 능글맞고 수다스러우며 허당미 넘치는 아재로서의 면모가 친근하기만 하다.
여느 아재가 그러하듯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때로는 버럭하기도 하며, 부실해진 몸은 몸개그를 탄생시키고, 귀여운 아재매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만의 아재 개그는 우리남편 웃음 치트키.
그렇게 우리는 아재들에게 스며든다.
● 티티타카 예능 캐릭터 열전
레전드 선수들 저마다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또 하나의 재미요소다.
지독한 몸개그 중독쟁이들이 펼치는 놀라운 몸개그의 향연.
볼거리가 쏠쏠하다.
불낙감독 허재
뭉쳐야찬다에서 버럭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허재는 뭉쏜에서 감독으로 폭소와 분노를 오가며 활약 중이다.
감독이고 뭐고 멤버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늘 배꼽잡고 웃기 바쁜 감독이다.
얼굴 표정만으로도 웃기는 웃음 유발자 허재감독.
다소 꼰대스러움이 좀 있긴 하지만 허재가 허재하지.
유니크킴 병헌이가 또?
김건치 유니크김 김병헌. 그의 유니크함은 국내 최고 국보급.
천재 괴짜 같은 그의 모습은 그 존재감이 독보적인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빵빵 터트려주는 김병헌.
뭉쳐야 찬다에 이어 뭉쳐야쏜다에서도 김병헌은 가히 마스코트라 할 수 있겠다.
건치미소 유니크 킴병헌은 내 웃음 치트키.
건치미소에 푹 빠짐.
뭉쏜의 보물 김동현
헐리웃 액션, 고자질이 주특기인 김동현.
명불허전 룰브레이크 룰알못인데 농구 열정만큼은 FULL.
생각보다 농구 잘함.
순수함 그 자체 윤동식
순박한 시골 삼촌 캐릭터의 매력부자 윤동식
의도한 예능이 아닌 백해무익한 순수한 예능감에 오늘도 내 웃음은 윤동식만 봐도 부릉부릉 시동 건다.
이외에도 뭉쳐야쏜다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노장 투혼 보여주고 있는 김용만 아재와 쇼트트랙 레전드 김국장 김기훈 선수는 을왕리 멤버로,
최근 현역에서 은퇴한 이동국은 탁월한 능력치로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은 포지션으로 '동백호'라는 별명을,
배구 전설 방신봉은 큰 키에 허술하고 부족한 실력과 푼수 같은 캐릭터로 다들 사랑받고 있다.
● 오합지졸 경기력
대한민국 전설의 스포츠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종목이 아닌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며 엉뚱한 허당미를 보여주고 있는데, 각 분야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시나리오 없는 어설픈 경기력과 우당탕탕 플레이가 시청자를 사로잡는 비결이다.
언제나 완패는 덤.
승부욕은 전성기 못지않게 많지만, 애석하게도 몸은 전혀 따라주질 않아 발생하는 몸개그 또한 압권이다.
룰알못 룰브레이커들의 활약이 의도치 않은 빵빵 빅웃음 만들어내고, 센스 있는 자막이 현웃 터지는데 일조한다.
지독한 몸개그 중독쟁이들.
워낙 농구에 농자도 모르는 멤버들이 함께 경기하니,
룰도 모르고 냅다 뛰기만 해 대는 룰브레이커 선수들 덕에 농구를 잘 모르는 농알못들도 시청하기에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농구를 하며 좌충우돌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친근하기도 하고, 과거 정상에 올랐던 그 대단한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으니 친근하기까지 하다.
중장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뭉쳐야쏜다'
회가 거듭될수록 팀이 이루는 연속적인 서사까지 더해질테니,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그 성장 이야기가 기대된다.
우리의 아재 스타들 부디 몸 다치지 않고, 이번 시즌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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