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킬러 지존이자 식물 저승사자를 자처했던 나란 여자. 멜라닌 고무나무, 뱅갈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스투키, 팔손이, 보스턴고사리 등등 죽어나간 초록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여하튼 키우기 최강 쉽다는 공기정화식물들은 거의 다 죽여봤으니 식물 킬러 지존이라 불릴만하죠. 주인 잘못 만나 떠나버린 초록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웬만해선 죽지 않고 강건함을 자랑한다는 멜라닌 고무나무마저 저 세상으로...
어여쁜 모습에 반해 들여온 초록이가 이렇게 죽어나가면 그 녀석을 다시 들일 자신감도 함께 죽어버립니다. 그렇게 하락한 제 자신감을 되찾아주고, 키우는 기쁨을 알게 해 준 초록이가 바로 하트 잎 알로카시아 쿠쿨라타. 제 인생 처음으로 집 안에 들여온 식물로 죽을 뻔한 고비를 수차례 넘겨가며 3년간 동거 동락한 녀석이죠. 다른 초록이들 저 제상으로 떠날 때, 끈질기게 제 곁에서 살아남아준 생명력 강한 알로카시아 쿠쿨라타예요.
반려식물을 처음 키워보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알로카시아. 식물 키우기에 두려움이 있으신 자기님도 저와 같은 기쁨을 누리길 바라며 키우는 방법과 주의해야 할 점들 공유해볼게요.
알로카시아 쿠쿨라타(Alocasia cucullata)
꽃말: 수줍음
식물분류 : 잎보기 식물
햇빛 : 빛이 잘 드는 반양지
온도 : 16~20°C
알로카시아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카페나 홈에서 플랜테리어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은 이국적인 수형에 넓은 잎을 가진 알로카시아 오도라입니다. 제가 키우고 있는 알로카시아는 쿠쿨라타라는 종으로 오도라보다 잎이 작고, 목대가 얇으며, 잔가지 잎이 더 많습니다.
# 야, 너두 할 수 있어! 알로카시아 키우기
자취집에 이어 결혼 후 전셋집을 2번에 걸쳐 전전하다 보니, 알로카시아도 벌써 세 번째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데요. 알로카시아 쿠쿨라타를 처음 들여왔던 자취집은 해가 잘 들어오지 않고 통풍이 안 되는 4평 남짓한 좁은 원룸이었보니 당시 응애로 고생을 좀 했었습니다. 결혼 후 이사 간 첫 번째 전셋집에서는 2주가량 신혼여행으로 집을 비워 창가 옆에서 말라 축 늘어진 채 있었던 적도 있었죠.
여러 환경에서 3년간 알로카시아를 키워본 결과 가장 중요한 건 통풍과 과습 주의.
- 집사야, 나 운다. 물 많이 먹었다고
알로카시아는 물을 많이 머금었을 때, 잎 끝에 이슬처럼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히는데, "나 너무 물 많이 주지 마. 엉엉" 알로카시아의 과습 주의보 눈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집사야, 나 물 많이 먹었어"라고 눈물로 알려주니 참 기특한 식물이지요. 그래서 초보자 분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거예요. 물은 너무 자주 주지 말고, 2~3주에 한 번씩(한 달에 한두 번) 흠뻑 주시는 게 좋아요.
- 집사야, 환기가 필요해
식물을 키우며 가장 중요한 건 적절한 환기더라고요. 햇빛을 보고 물을 준다한들, 결국 환기가 잘 되어야 오래도록 식물을 키울 수 있어요. 알로카시아도 마찬가지예요.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기승일 땐, 아침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며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만 되어도 30분에서 한 시간씩 꼭 환기를 해줘요. 물론 미세먼지가 좋음 또는 매우 좋음일 때는 2~3시간씩 환기를 하기도 하고요.
알로카시아가 우리 집에 적응할 때까진 우리 집에 햇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관찰하시고,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 배치해주세요. 두 달여 정도 적응 후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 알로카시아 응애와의 전투
처음에 멋모르고 알로카시아에게 물을 일주일에 한 번씩 듬뿍 줬는데, 너무 자주 줬는지 잎끝에 자주 물방울이 맺히더니 하얀 거미줄 같은 것이 잎마다 생기는 거예요. 뭐지? 뭐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 거미줄이 바로 말로만 듯던 응애. 하트잎 뒤편에 특히 많이 생겨나는데 잎 하나하나 닦아줘 봤지만, 며칠 뒤면 다시 스멀스멀 생겨나는 하얀 거미줄들 응애.
결국 안 되겠다 싶어 비오킬 사다가 물에 희석해서 마구마구 잎 전체에 뿌려주고, 통풍 잘 되라고 해가 지는 저녁 밖에다 아예 내다 놓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다음날 응애가 감쪽같이 사라지더군요. 응애로 인해 노래진 잎들은 모두 잘라주고, 그 후로는 1주일에 한 번씩 주던 물주기를 15일에서 20일에 한 번씩 주는 걸로 변경했습니다.
# 오늘도 새순이 뿅!
알로카시아 쿠쿨라타는 생장이 빨라 일주일에 한번 꼴로 도르르 말린 새잎이 뿅 하고 올라와요. 오늘도 역시나 녀석은 도르르 말린 새 잎이 가운데서 움틀 준비를 하고 있군요. 무한대로 빠르게 새잎을 터주며 훌쩍 자라주니 기르는 재미가 쏠쏠한 녀석입니다.
# 알로카시아 키우기 요약
1. 물을 너무 자주 주지 말 것. 2주~3주에 한 번씩.
2. 알로카시아는 물을 많이 마시면 눈물을 흘리니, 잎 끝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면 당분간 물 주기 금지.
3. 물을 주고난 뒤엔 집 안 환기 30분. 미세먼지 날씨를 체크하면서, 되도록이면 환기가 가능한 날 물을 줄 것.
4. 햇빛이 드는 창가에 있으면 생육이 더욱 빨라지나,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환기만 되면 죽지 않고 잘 살아줌.
5. 응애가 생겼다면 즉시 비오킬 사다가 뿌려주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아둘 것.
가느다단 가지 끝에 하트 모양의 초록잎이 펼쳐진 이 매력적인 식물 알로카시아 쿠쿨라타.
식물 기르기에 두려움이 있으신 분, 저 같은 식물 킬러 똥 손에서도 살아남은 강인한 식물이니 알로카시아 쿠쿨라타 과감하게 한번 집으로 들여 보시죠. 집안 한편에 자리한 알로카시아의 귀여운 초록빛 하트잎만큼이나 우리 집에도 사랑이 샘솟을 터이니.
'홈인테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테리어 해치는 휴지통은 이제 그만 (0) | 2021.04.28 |
---|---|
현실적인 전세집 드레스룸 인테리어, 햇살 좋은 날의 정리정돈 (2) | 2021.04.15 |
카카오프렌즈 어피치 토스트기 핑크 토스터기의 귀욤 뽀짝함에 심쿵! (0) | 2021.04.15 |
현실적인 전셋집 침실 인테리어 (0) | 2021.04.12 |
현실적인 전셋집 주방인테리어, 심플해지는 지혜 (0) | 2021.04.07 |